[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아픔보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진 도시-1

여행/일본 2010.09.15 05:08
히로시마는 원폭투하라는 아픔으로 기억되어 있었고, 한국인인지라 막연한 아픔보다는 '당해도 쌀' 아픔도 마음 한구석에는 있었다. 어찌되었던 히로시마를 여행하기로 했을 때 마음한켠이 조금 무거웠다. 아무래도 우리와 어떻게든 연관된 일이었기 때문이었을게다. 그래도 30만명의 도시 인구의 절반 가까운 14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에 사용된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 때문에 무거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도시에 들어서면서 그런 것쯤은 완전히 잊게 되었다. 아 나란 놈은 얼마나 무식한가. 시간이 50년 이상 흘렀을 뿐 아니라 그 흔적을 방치하고 슬퍼할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도시는 전체적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어찌되었든 시내 준심에는 평화공원이 생겼고 원폭의 아픔을 잊겠다기 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이미지였다. 

시내를 흘러 히로시마 만으로 빠지는 오타강을 따라 한쪽으로 공원이 한쪽으로 시가지가 어우러졌다. 

<묶었던 호텔 라운지에서 바라본 히로시마 시내>


도시 한켠에 널직하게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 있다. 원자폭탄피해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평화기념공원을 건립하였다고 하니, 어찌되었든 개념적으로 좋은 방향이었다. 공원한쪽에는 당시의 피해상황 등을 전시하는 기념관도 있고 영상도 상영되었다. 니편이고 내편이고 좋은 놈이고 나쁜놈이고 끔찍한 일이다. 미국이 나빴긴 했다. 

평화기념공원 내부는 평일이라 그런지 매우 한적했고 날씨다 좋았다. 책을 읽기도 하고 애기데리고 산책하기도 하고 히로시마 시민들은 지금은 좋은 공원을 가졌다. 

<평화기념공원에서 도시락을 까먹은 여고생들. 혹은 여중생들. 이따다끼마스하는 귀여운 합창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음>


원폭당시 타격을 받은 건물, 히로시마현 산업장려관이었는데 원폭돔으로 이름을 바꾸어 보존하고 있다. 

<원폭돔. 원폭의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오타강 건너편에서 본 원폭돔>




오타강을 따라 원폭돔을 보고 있는데 왠 개가 보트를. 개가 선장.

<진격하라! 왈왈>


도시의 반대편. 히로시마 성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전에 하코다테편에서 소개했던 고료가꾸 공원처럼 성 외부와 내부는 커다란 강인지 연못인지로 구분되어 있어 외부의 침입에 견고하게 되어있다. 저 보이는 히로시마성 내부는 아마 돈내고 들어가야 되었던 듯.

<히로시마성 성벽. 저기 망루같은데서 망보다가 적이오면 활도쏘고 그랬나보다>


오타강을 배경으로 한 히로시마 야경도 나쁘지 않았다. 역시 일본이라 오밀조밀한 이쁨은 어딜가나 있었다. 

<평화기념공원을 저녁에 방문>


그리고 짧은 교복 치마의 발랄한 여고생들도 어딜가나 있었다. 

<신발 꼬불쳐 신은 거 봐라>




[일본 미야지마섬] 바다 위의 신사

여행/일본 2010.08.18 05:40
일본의 신사(神社)는 한국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막연하게 신사참배, 2차세계대전, 자위대, 천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일단 나쁘다. 가장 큰 이유는 야스쿠니신사에서 비롯되고 야스쿠니 신사에 정성스레 참배하는 일본의 천황, 총리, 정치인들 때문이고 그 속에 일본의 무자비성이 있고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이다. 천황만세를 외치며 한국인들을 죽이고 그리고 그 죄로 우리들에게 맞아죽은 사람들도 그 곳에서는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는 말이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그들이 저질렀던 행위들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신사'와 '신사참배'를 악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정당하다.

하지만 '신사'는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어느 장소에 머무르는 신을 모시는 장소이고 일본의 종교시설의 하나이다. 모시는 신은 유일신이 아니며 일본의 전통에 있는 신, 실제 인물, 불교의 신불, 옛날 이야기속의 인물, 심지어 하느님이나 부처님도 될 수 는 있다. '신'의 개념은 우리나라의 천도교와 비슷하다. 

그래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신사를 본다해서 침먼저 뱉고 보는 것은 그리 통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신사가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다. 신사의 예술성이, 신사에 담겨진 일본의 역사, 문화적 유산의 의미로서 보는 것이 오히려 여행을 알차게 하지 않을까 한다. 야스쿠니신사 조차도 그러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에서 침뱉거나 큰 소리로 욕을 하면 안된다. 곧곧에 경비들이 있어 붙들려 나갈수도 있다. 무서운 곳이다;;)

2004년 가을 히로시마에 방문했을 때 근처에 있는 미야지마 섬 (이츠쿠시마 섬이라고도 한다.)을 방문했다. 히로시마역에서 기차로 미야지마구치역으로 가서(25분정도) 미야지마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고 간다. 선착장은 미야지마구치역 바로 앞에 있다. 

미야지마 섬은 일본 3대절경중의 하나로 자연그대로의 원시림과 바다위의 신사 이츠쿠시마 신사로 유명하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 바다위에 떠 있는 이츠쿠시마 신사의 문 도리와 뒤쪽으로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신사의 건물들이 보이고, 신사를 감싸고 있는 숲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입이 떡벌어지진 않아도 멋있다. 

<바다위의 도리이>


이츠쿠시마 신사는 593년에 섬에서 사는 호족이 만들었다고 한다. 언뜻 들은 바로는 바다와 폭풍의 신을 모셨다고. 이 신사는 비바람에 많이도 무너져 다시 세우기를 여러차례 했고, 지금의 모습은 헤이안시대에 다시 지은신사의 모습을 복원한 것이다. 치이츠쿠시마 신사는 1996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섬 안쪽에서 본 모습. 물이 빠져 도리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섬을 방문한 날 안개가 끼어 직접 보는 모습이 더욱 운치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안개가 밉다.


신사안쪽을 둘러보았을 때 조금 관리가 덜 된 보습에 실망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방문하기 두잘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서 신사 지붕도 날라가고 나무도 쓰러지고 군데 군데 무너지고 난리였단다. 겨우 손질해 놓은 상태였던 것. 아주 폭삭 무너지지 않은게 다행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태풍이 휩쓸고간 신사현장을 답사할뻔.

<신사 가운데에서 도리이를 배경으로>


사진에서 보는 건물들의 텅빈 밑부분까지 바다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섬에서 나갈 때 쯤 물이 스멀스멀 들어오고 있었다. 

바다너머로 보이는 시가지가 그리 멀지는 않다. 

<저건 누구냐. 송박사 미안>


원시림 그대로인 섬은 원숭이와 사슴의 천국이라고 했다. 원숭이는 없었다. 옆에 섬으로 이사갔다는 소문도 있고. 가는 곳 마다 사슴이 겁내지도 않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심지어 선착장 대합실 안쪽에 누워 자는 사슴도 있었다. 무척 피곤했나보다.

나는 자네가 정녕 사슴인지 몰랐네.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루돌프사슴인지.

<순하고 사람타는 사슴>



이츠쿠시마 신사 뒤로 원시림에 산책로가 있다. 마침 가을이라 단풍이 기가막히게 들어 두시간 남짓 걸리는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올랐다. 신사말고도 멋진 건물들이 있었는데 뭔지 모른다. 이런 멍충이.


산속의 단풍은 너무 아름다웠고, 일본답게 작은 다리, 돌길, 작은 계곡 등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 또한 컸다.

<사진만 잘 찍었어도 훨씬 아름다웠을 미야지마 섬의 단풍>





그리고 산책로의 정상에 저런 주막(!)이 있다. 우동도 팔고 산나물로 만들 뭣도 팔고 아마 술도 팔고. 마치 월악산이나 치악산에서 땀빼고 내려와 막걸리에 파전파는 집 만난 기분.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나 빼고 다들 싫어했다. 어휴 깔끔한 분들.


일본의 3대 절경중의 하나. 절경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다위의 신사의 아름다움과 꾸며지지 않은 숲의 산책로는 방문해봄직하다. 요즘은 밤에도 배가 있는 것 같은데 밤에 보는 신사는 다른 아름다움을 주는 듯. 


<출처: http://www.yunphot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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