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래 살았구나 하고 느낄 때

미국생활 2011.02.18 05:44
이제 3년남짓 살아놓고 이런말하기 좀 쑥스럽지만 오늘 아침 그런 경험을 또 하고 나니, 나도 꽤 오래 한국을 떠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압적인 사회이긴 하지만 군대 2년 반 다녀오고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것을 생각하면 3년도 그리 짧은 시간만도 아닌 것 같고요. 예전에 박찬호 선수 미국에 온후 1년 정도 후에 인터뷰 할 때 한국말 하면서 중간 중간 '암~'하는 것 보고 막 웃었었는데 그리 웃을 일만도 아닌 것 같군요. 어쨌든 말도, 행동도 사는 방식이 많이 다르니까요. 

한국에 방문하면 문득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이 싫어서 이 곳에 온 것도 아니고 살다보면 한국이 많이 그리워 집니다. 사소한 것 부터 큰 것 까지 모두요. 지금은 좀 덜하지만 처음에는 치킨에 맥주를 먹으며 시시껄렁한 얘기를 할 수 있는 호프집이나 삽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그런 변두리 가게가 그렇게 그리울 수 가 없었지요. 지금도 한국이 그리워 한국을 방문할라 치면 설레임이 앞섶니다.
그런데 한국에 가서 실컷 먹고 마시고 사람들 만나고 그러면 문득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는 낯선 곳은 아니지만 내 몸 편하게 부릴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사람들도 많고 차도 많고 한가한 시간이 없다는 생각. 미국에 가면 월세내는 꼬진 아파트에 (한국 아파트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ㅋㅋ) 별 좋을 것도 없는데 집에 가서 크피나 한잔 마시면서 볼 것도 없는 창밖을 내다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물론 미국에 오면 얼마 안 있어 한국에서 깜박하고 먹지 못하고 온 음식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지만요.

<김치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요즘 푹 익은 김장김치가 너무 그립네요 ㅠㅠ>





한국사람을 만나도 저기요 대신 Excuse Me가 튀어나온다

처음 왔을 때에는 지나가다 한국사람 같으면 힐끗 힐끗 바라보기도 하고 물을 일이 있으면 이 사람이 한국사람인지 확인을 한 후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게 귀찮아 진것이지 한국사람이든 일본사람이든 미국사람이든 일단 Excuse Me가 튀어나오네요. 그래놓고 한국사람인 것을 알면 조금 무안하긴 하지만요. 지난 번에 한국가서도 엘리베이터 타고 내릴 때 'Excuse Me'해서 참 민망한 경우가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민망한 정도는 아니고 그냥 생활이 되어 버린 것 같네요.
처음에 와서 한국이 많이 그리워 한국사람만 봐도 반가운 느낌이었고 한국마트 가면 좋았고 왜 저사람들은 같은 한국 사람인데 나를 반가워하지 않을까하기도 했는데, 뭐 그게 더 이상하네요. 

<기린도 excuse me>



아무데나 널부러져 책도 보고 도시락도 까먹는다

한국에서 길가 잔디밭이나 (많이 없긴 하지만요) 사람들 붐비는 공터에서 혼자 앉거나 엎드려서 책보고 있으면 여러 사람의 시선을 힐끗힐끗 받을겁니다. 쟤는 뭔데 저러고 있냐 혼자 폼잡냐 할 수도 있고요. 여기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도로옆 난간에 기대어 샐러드 까먹고 있는 사람, 한 두어명 앉으면 딱일 만큼 크기의 잔디밭에 엎드려서 책보다 자는 사람, 볕이 좋으면 훌러덩 벗고 광합성 하는 사람 등등. 미국의 개인주의 때문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하나의 문화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미국사람들은 캠퍼스에 한국학생들이 떼지어 뭉쳐다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많아야 2명 3명이 같이 다니거든요. 
저도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데 지금은 괜히 의식한다거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냥 광합성하는양 잔디에 앉아서 있기도 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길가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확실히 이 곳 사람들은 겉으로는 남들이 무엇하는 지 신경을 안씁니다. 하지만 오래 사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옆짚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머하고 사는지 주의깊게 보는 미국인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데보라님이 겪은 황당한일도 이런 미국인들의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데보라님의 글).

<아주흔한 광경입니다. Flickr>



금요일 오후가 되면 어디 갈일 없나 찾는다

한국에서도 학교에 있을 때 친한 친구 선후배와 Friday Night이라며 당구부터 시작해서, 소주, 맥주, 또 당구 괜히 놀곤 했습니다. 여기는 정말 모두들 Friday입니다. 1시가 퇴근 시간인 회사나 학교도 많고 벌써 부터 한가합니다. 그리고 5시쯤 될라 치면 여기저기서 이쁜 드레스와 턱시토를 차려입은 선남 선녀들이 등장해 왁자지껄 어디로들 향합니다. 고급파티는 아니었도 대부분 모임이 있기 때문에 그곳을 가려는 거지요. 저도 그런 옷을 입는 파티는 아니지만 한달에 가끔은 꽉차게도 적어도 두번은 모임이 금요일에 잡히는  것 같습니다. 왠지 금요일 밤은 집에서 혼자 맥주나 홀짝거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
우리 아파트 옆에 대학기숙사가 있는데 금요일밤에는 그야말로 나이트클럽이 되지요. 대단한 청춘들입니다. 보통 새벽2-3시까지 시끌시끌하고 소리지르고. 첨에 왔을때는 미국에서는 옆집 시끄러우면 경찰에 신고한다는데 신고해버릴까 그랬는데 그런걸로는 통하지 않을 청춘이고 금요일 밤이었네요. 그러고보니 오늘 지나면 금요일 밤. 



서두르지 않는다

저번에도 말씀드린 대로 여간해서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물론 유럽보다야 서두르는 국가이고, 또 서부보다는 동부가 바쁘게 지낸다고들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아주 널널한 삶입니다. 운전할 때도, 마켓에서 계산할 때에도 기다린다고 짜증이 나거나 하는 일이 좀 줄었습니다. 여전히 공공기관에서 일처리 할 때, 전화나 인터넷 문제생겨서 처리하는 데 사나흘 씩 걸리는 것은 당황스럽고 짜증이 몰려오긴 하지만요.

<출처: fox43tv.com>




미국생활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미국이 좋다 한국이 좋다고 평가하는 것은 말이 좀 안되는 것 같습니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있고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한국에서도 좀 고쳐졌으면 하는 게 있다면 퇴근 시간 지나면 일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즐기는 문화,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문화는 좀 더 정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가끔 생각하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늦게까지 일할 생각을 하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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