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지마섬] 바다 위의 신사

여행/일본 2010.08.18 05:40
일본의 신사(神社)는 한국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막연하게 신사참배, 2차세계대전, 자위대, 천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일단 나쁘다. 가장 큰 이유는 야스쿠니신사에서 비롯되고 야스쿠니 신사에 정성스레 참배하는 일본의 천황, 총리, 정치인들 때문이고 그 속에 일본의 무자비성이 있고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이다. 천황만세를 외치며 한국인들을 죽이고 그리고 그 죄로 우리들에게 맞아죽은 사람들도 그 곳에서는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는 말이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그들이 저질렀던 행위들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신사'와 '신사참배'를 악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정당하다.

하지만 '신사'는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어느 장소에 머무르는 신을 모시는 장소이고 일본의 종교시설의 하나이다. 모시는 신은 유일신이 아니며 일본의 전통에 있는 신, 실제 인물, 불교의 신불, 옛날 이야기속의 인물, 심지어 하느님이나 부처님도 될 수 는 있다. '신'의 개념은 우리나라의 천도교와 비슷하다. 

그래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신사를 본다해서 침먼저 뱉고 보는 것은 그리 통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신사가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다. 신사의 예술성이, 신사에 담겨진 일본의 역사, 문화적 유산의 의미로서 보는 것이 오히려 여행을 알차게 하지 않을까 한다. 야스쿠니신사 조차도 그러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에서 침뱉거나 큰 소리로 욕을 하면 안된다. 곧곧에 경비들이 있어 붙들려 나갈수도 있다. 무서운 곳이다;;)

2004년 가을 히로시마에 방문했을 때 근처에 있는 미야지마 섬 (이츠쿠시마 섬이라고도 한다.)을 방문했다. 히로시마역에서 기차로 미야지마구치역으로 가서(25분정도) 미야지마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고 간다. 선착장은 미야지마구치역 바로 앞에 있다. 

미야지마 섬은 일본 3대절경중의 하나로 자연그대로의 원시림과 바다위의 신사 이츠쿠시마 신사로 유명하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 바다위에 떠 있는 이츠쿠시마 신사의 문 도리와 뒤쪽으로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신사의 건물들이 보이고, 신사를 감싸고 있는 숲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입이 떡벌어지진 않아도 멋있다. 

<바다위의 도리이>


이츠쿠시마 신사는 593년에 섬에서 사는 호족이 만들었다고 한다. 언뜻 들은 바로는 바다와 폭풍의 신을 모셨다고. 이 신사는 비바람에 많이도 무너져 다시 세우기를 여러차례 했고, 지금의 모습은 헤이안시대에 다시 지은신사의 모습을 복원한 것이다. 치이츠쿠시마 신사는 1996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섬 안쪽에서 본 모습. 물이 빠져 도리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섬을 방문한 날 안개가 끼어 직접 보는 모습이 더욱 운치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안개가 밉다.


신사안쪽을 둘러보았을 때 조금 관리가 덜 된 보습에 실망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방문하기 두잘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서 신사 지붕도 날라가고 나무도 쓰러지고 군데 군데 무너지고 난리였단다. 겨우 손질해 놓은 상태였던 것. 아주 폭삭 무너지지 않은게 다행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태풍이 휩쓸고간 신사현장을 답사할뻔.

<신사 가운데에서 도리이를 배경으로>


사진에서 보는 건물들의 텅빈 밑부분까지 바다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섬에서 나갈 때 쯤 물이 스멀스멀 들어오고 있었다. 

바다너머로 보이는 시가지가 그리 멀지는 않다. 

<저건 누구냐. 송박사 미안>


원시림 그대로인 섬은 원숭이와 사슴의 천국이라고 했다. 원숭이는 없었다. 옆에 섬으로 이사갔다는 소문도 있고. 가는 곳 마다 사슴이 겁내지도 않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심지어 선착장 대합실 안쪽에 누워 자는 사슴도 있었다. 무척 피곤했나보다.

나는 자네가 정녕 사슴인지 몰랐네.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루돌프사슴인지.

<순하고 사람타는 사슴>



이츠쿠시마 신사 뒤로 원시림에 산책로가 있다. 마침 가을이라 단풍이 기가막히게 들어 두시간 남짓 걸리는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올랐다. 신사말고도 멋진 건물들이 있었는데 뭔지 모른다. 이런 멍충이.


산속의 단풍은 너무 아름다웠고, 일본답게 작은 다리, 돌길, 작은 계곡 등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 또한 컸다.

<사진만 잘 찍었어도 훨씬 아름다웠을 미야지마 섬의 단풍>





그리고 산책로의 정상에 저런 주막(!)이 있다. 우동도 팔고 산나물로 만들 뭣도 팔고 아마 술도 팔고. 마치 월악산이나 치악산에서 땀빼고 내려와 막걸리에 파전파는 집 만난 기분.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나 빼고 다들 싫어했다. 어휴 깔끔한 분들.


일본의 3대 절경중의 하나. 절경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다위의 신사의 아름다움과 꾸며지지 않은 숲의 산책로는 방문해봄직하다. 요즘은 밤에도 배가 있는 것 같은데 밤에 보는 신사는 다른 아름다움을 주는 듯. 


<출처: http://www.yunphot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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